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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 이름모를 묘…사용료를 누구에게 받나?
관리자
2021-05-28

A씨는 2016년 9월 강원도의 한 임야를 매입했다. 그런데 이 땅에 분묘 2기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 A씨는 이 분묘를 정리하고자 했지만 시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분묘가 봉분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관리되지 않는 무연고 분묘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이 묘의 설치자나 연고자를 알지 못해 사용료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타인 소유의 토지에 설치한 분묘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대신 땅 주인에게 사용료(지료)는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땅 주인으로서는 남의 분묘를 마음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대신 지료를 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분묘의 연고자나 설치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곤란함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묘기지권이란 관습법상 인정되는 권리로 땅 주인의 허가 없이 묘를 쓰더라도 20년간 공연(公然)하고 평온(平穩)하게 관리해 왔다면 그 땅의 사용권을 갖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대법원은 다만 이 사용권을 갖더라도 해당 토지의 소유주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A씨처럼 자신의 땅에 있는 분묘 연고자 등을 모르면 사용료를 청구할 길은 사실상 없다. 2001년 개정된 장사법에 따라 분묘를 만들 때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게 됐지만 그 이전엔 신고 의무가 없었다.

 

이런 문제 탓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개정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라도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주인도 모르는 묘를 언제까지 방치해 둬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면서 “언제 묘가 들어섰든 모든 묘에 대해서 행정기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가 안 된 건에 대해선 처분이 쉽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undefined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타깝지만 현행법 체계상 분묘 연고자를 찾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고의무를 규정한 법 개정 전에 생긴 분묘까지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 소급적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땅 주인과 분묘 주인의 사적 분쟁에 개입할 근거도 없다.

 

이준상 변호사(법무법인 최선)는 “장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분묘 전체에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건 법률의 소급적용으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류창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률 관계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곤란해 보인다”고 했다.

 

류 교수는 이어 “국가기관이 나서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사용료 문제는 일종의 사인 간 채권·채무 관계인데, 국가가 돕지 않는 다른 채권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 역시 “이름이나 주소 등 최소한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다면 법원에서 절차를 통해 상대편을 알아낼 수 있다”면서도 “전혀 정보가 없는 경우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 출처 : 국민일보 20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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