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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톨로지 (Tanatology) 죽음
관리자
2021-05-28

"네가 태어났을 때, 너는 울고 있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너는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라."

 

2012년 12월 11일 새벽 1시,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관이 서울 강북구의 한 집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 렀다. 방의 전등과 TV는 켜져 있었고, 침대 위에는 60대 여성 이 이불을 덮은 채 숨져 있었다. 시신은 집주인인 장 모(60) 씨. 장 씨는 70년대 초 여자 배구 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90년대에 는 청소년 국가 대표팀 트레이너를 지냈다.

 

경찰은 "20여 일 전 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 10여 년 전쯤 어머니가 사망한 후 혼자 살았다고 한다. 발견 당시에도 현관에는 슬리퍼 한 켤레와 단화 두 켤레밖에 없었고, 2 인용 침대 위 베개도 하나였다. 동네 사람들과도 교류하는 일이 없었고, 몇 년에 한 번씩 미국에 있는 언니와 형부가 찾아오는 게 유일한 손님이었다고 한다.

 

 

타나톨로지(Tanatology)

 

타나톨로지는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thanatos’와 ‘학문’을 뜻하는 ‘logos’가 합쳐진 단어로 죽음, 특히 죽음의 사회 심리학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의미한다. 보통 ‘사망학’ 혹은 ‘사망 심리 연구’로 번역된다. 타나톨로지는 미국에서 1960~70년대부터 발 달하여 최근에는 각 학교에 이 과목이 거의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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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자 종양 전문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sabeth Kubler-Ross, 1920~2004)는 암 진단을 받고 죽음을 인식한 사람들이 나타내는 다양한 반응을 인식하고, 말기 환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를 통해 죽음에 당면한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알려지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호스피스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호스피스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63년이고 죽음과 관련된 연구는 1970년 대부터 시작되었다. 이화여대 최화숙 교수는 타나톨로지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죽음은 삶의 정상적인 한 과정이며,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아직 죽어 보지 않았기에, 사람들 대부분이 건강하고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진행될 때는 죽음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둘째, 죽음은 그것에 직면하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의료인에게도 익숙하지 못한 문제다. 죽음보다는 삶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서 죽음은 생소하고 두려우며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르는 화두가 되어 있다.

 

셋째, 잘 사는 사람이 잘 죽는다. 삶과 죽음은 같은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 떠날 것임을 인식하는 사람이 더욱 진지하게 잘 산다. 호스피스 전문가로서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 닫고 잘 살아온 사람이 잘 죽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삶을 자기 마음대로 살아온 사람, 남을 생각하지 않고, 따뜻함과 사랑을 나누지 못하 고, 시대가 바뀌어도 불변하는 진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인생을 낭비한 사람들이 문득 찾아온 죽음 앞에서 허둥거리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넷째, 인간은 유물론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다. 건강할 때는 현실 세계에 집중하지만 임종 과정이 시작되어 영혼이 몸에서 떠날 준비를 하면, 이 세계와 함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된다. 이는 가족이나 의료진에게는 보이지 않으나 임종에 임박한 환자들에게는 실재(實在)한다.

 

다섯째, 죽음은 출생과 달리 준비할 기회가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죽음 문제는 더 이상 금기시되어야 할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토론하고 준비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자신이 준비할 수 없으나 앞으로 다가올 죽음의 문제는 준비할 기회가 있다.

 

죽을 때 가장 후회되는 다섯 가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말기 환자들을 돌봤던 간호사 브로니 웨어(Bronnie Ware)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모아 펴낸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라는 책이 있다. 웨어는 수년간 말기 환자 병동에서 일 하며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보여 준 통찰을 꼼꼼히 기록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임종 때 경이로울 정도로 맑은 정신을 갖게 됐는데,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지만 놀랍게도 후회하는 것은 거의 비슷했다.

 

다음은 웨어가 정리한 말기 환자들의 다섯 가지 후회이다.

 

① 내 뜻대로 한번 살아 봤었다면…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평생 내 뜻대로 살아 보지 못한 것을 가장 많이 후회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는 ‘가짜 삶’을 사느라, 정작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누리며 사는 ‘진짜 삶’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말기 환자들은 자신의 삶이 끝나 갈 때쯤에야 자신이 얼마나 많은 꿈을 이루지 못했는지를 뒤돌아보며 부끄러워했다.

 

② 일 좀 적당히 하면서 살 것을…

 

이 같은 후회는 대부분의 남성 말기 환자들 입에서 나왔다. 돈벌이에 매달려 직장에 파묻혀 사는 동안 자식의 어린 시절, 부인과의 따뜻한 가정생활을 놓친 것을 후회했다. 여성들도 일부 이 같은 후회를 했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던 가장들은 대부분 쳇바퀴 돌듯 직장 생활에만 매진했던 것에 후회가 컸다.

 

③ 기분에 좀 솔직하게 살았다면, 화내고 싶을 땐 화도 내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려고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가. 말기 환자들은 평생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출해 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을 후회했고, 심지어는 분노의 감정을 너무 숨기고 살아 ‘병’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④ 오래된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 걸…

 

사람들은 자신들이 삶을 마감하기 고작 몇 주 전에야 ‘오랜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곤 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수소문을 해 보기도 하지만, 정작 그때쯤엔 자신의 수중에 친구들의 연락처조차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좌절했다.

 

⑤ 좀 더 내 행복을 위해, 도전해 볼 걸…

 

마지막으로 임종 직전의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놀 랍게도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하지 못 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느라 좀 더 모험적이고, 좀 더 변화 있는 삶을 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다른 사 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척’하느라고 삶의 활력소를 찾으려는 떨쳐 버리고 죽음에 담담하게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점을 후회하는 환자가 많았다.

 

 

없어지는 것인가, 떠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타나톨로지에서 죽음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 지로 나뉜다. 바로 ‘없어짐’과 ‘떠남’이다. 죽음을 없어짐으로 보는 사상은 죽음을 인생의 끝, 또는 종결로 생각하고 죽음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죽음을 무시하거나, 혹은 심각한 회의주의에 빠져 쾌락에 탐닉하게 될 수도 있다. 죽음은 단지 허무 혹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반면에 죽음을 떠남으로 보는 사상은 죽음은 끝이 아니며, 죽음 이후에 새로운 삶이 존재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사상은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한 불교적 죽음 이해와 사후 육체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의 신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국 작가 미치 앨봄(Mitch Albom)이 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이라는 책이 있다. 1997년에 출간되었고, 205주 동안 <뉴욕 타임즈> 비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번역, 출간되었다. 1999 년에는 TV 영화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의 주인공은 1959년부터 브랜 다이스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교수와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이다. 저자가 졸업 후 모리 교수와 재회했을 때 그는 근(筋)위축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루게릭병)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루게릭의 이름을 딴 병으로, 몸의 골격근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 신경 세포가 점차 사멸해서, 온몸의 골격근이 마비되는 질환이다. 대개 증상 발생 후 꾸준한 속도로 진행하여 3~4년이 지나면 침상에 국한되어 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그러나 모리 교수는 절망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다. ABC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매주 화요일마다 침상에 누워 그의 제자인 미치 앨봄에게 세상, 자기 연민, 후회, 죽음, 가족, 돈, 결혼, 용서 등 13가지 주제로 진지한 인생 강의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14번째 화요일에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밝은 얼굴로 세상을 떠난다. 미치 앨봄은 말한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안다."

 

북아메리카 체로키(Cherokee) 인디언 속담 중에 이런 글이 있다.

 

"네가 태어났을 때, 너는 울고 있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너는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라."

 

 

* 출처 : 위드인뉴스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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