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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첫 등정 고상돈 대장 40주기 추모
관리자
2019-05-28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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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고상돈 대장. 1977년 당시 이 등정은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안겨준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2년 뒤인 1979년, 고 대장은 북미 최고봉 데날리(당시 매킨리·6,194m)를 한국인 최초로 등정하고 하산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굵고 짧은 삶이었다. 

 

이 두 개의 최고봉 등정 이후 허영호, 엄홍길, 박영석, 김창호 등 내로라하는 산악인들이 세계의 거봉 등정에 잇달아 성공한다. 

 

고 대장이 명실상부 한국 등산의 뿌리로 꼽히는 이유다. 오는 5월 29일은 고 대장이 데날리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지 정확히 40주기. 고상돈기념사업회가 보관 중인 당시 기록과 고상돈기념사업회 박훈규 전前 이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불꽃같이 살다 간 산악인 고상돈의 삶을 짧게나마 다시 돌아본다.  

 

 

제주 소년, 세계의 정상에 서다

 

고상돈 대장은 1948년 12월 28일 제주시 칠성통에서 태어났다. 누나 고정옥씨에 의하면 어릴 때는 몸이 허약해 자주 경기를 일으켰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감기 등 병으로 인한 결석일 수가 제법 있었지만, 청주로 전학 후 5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매우 건강해졌다. 

 

고 대장이 산에 몰입한 시기는 아버지가 숙환으로 별세했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 산에 온 정신을 쏟으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충북산악회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암벽등반 기술을 배웠다. 선배들을 따라 대한산악연맹의 설악산 동계훈련에 참가하며 히말라야의 꿈을 갖기 시작한 것이 1971년 이다.

 

해외여행 결격사유를 없애기 위해 1973년 군에 입대했다. 독자였기 때문에 보충역으로 근무했다. 군 생활 중에도 산악활동을 꾸준하게 병행해 대산련의 1974년 “77 에베레스트 제1차 동계훈련”에 충북 대표로 참가할 수 있었다. 4차례의 훈련과 1차례의 히말라야 사전 답사를 거쳐, 마침내 최종 등반대원으로 선발돼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고 대장의 나이 29세 때의 일이다. 

 

마침내 1977년 7월 2일,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장도에 올랐다. 당시 원정기에 따르면 짐 수송 중 현지에서 고용한 일꾼이 대들자 고 대장이 태권도 시범을 보여 잠재운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달간의 베이스캠프 이동이 끝난 후 첫 발을 내디딘 대원은 고 대장과 이원영 대원이었다. 가벼운 정찰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루트 개척에서도 일선에서 움직였다. 순조롭게 캠프3 구축까지 완료했다. 김영도 당시 원정대장은 대원들의 컨디션을 점검한 후 1차 정상 공격조로 박상열 등반부대장과 셰르파 앙 푸르바를 선정했다. 

 

먼저 정상 공격에 나선 1차 공격조는 9월 9일 남봉(8,750m)까지 진출했으나, 산소가 바닥난 탓에 죽음의 비박 끝에 간신히 귀환할 수 있었다. 고 대장과 펨바 노르부가 9월 12일부터 2차 공격조로 재차 등정에 나섰다. 3일간의 사투 끝에 힐러리 스텝과 작은 언덕 3개를 넘었지만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였다. 다시 결사적으로 오르고 나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여기는 정상, 대한민국이 세계 여덟 번째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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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고 대장.

 

고국으로 돌아온 고 대장은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고 카퍼레이드를 하는 등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 순회 사진전시회까지 열렸다. 이때 북미 최고봉 데날리를 오르기 위한 자료를 수집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고 대장은 1979년 5월 3일, 원정대를 꾸려 알래스카로 향했다. 순조로운 등반 끝에 대학 후배인 이일교 대원과 고향인 제주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에베레스트 사전훈련을 같이한 박훈규 대원과 함께 정상공격에 나서 등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하산 도중 판상 눈사태를 맞아 이 대원과 함께 추락사했고, 박 대원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현재 대한산악연맹은 고 대장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9월 15일을 “산악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며, 고상돈 특별상을 시상하고 있다. 한편, 살아남은 박 대원은 최근까지 고상돈기념사업회의 이사장을 맡아 고 대장의 업적과 산악정신을 알리는 데 힘써 왔다.  

 

* 출처 : 조선일보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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