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선종한 지도 올해로 10년이 됐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그 누구보다도 헌신해 왔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김 추기경은 지금도 종교와 당파를 초월해 존경을 받고 있다.
김 추기경 선종 10주년을 맞아 그를 추모하는 창작뮤지컬이 공연된다. 오는 16일 오후 2시와 5시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공연장에서다. 공연에 맞춰 10일부터 16일까지는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 체험관’에서 사진전도 열린다. 군위군은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창작뮤지컬의 제목은 <밥처럼 옹기처럼>이다. 제작자 측은 "‘세상 속 교회’라는 슬로건 아래 추기경이 스스로 가장 낮은 위치에 서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피고, 정치적·사회적 격동기에 등불과 같은 존재로 우리에게 희망이 되고 빛이 되고 우리의 아픔을 보듬은 점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같은 기존의 뮤지컬과 달리 소규모로 만들어졌다. 1시간이라는 공연 시간 동안 김 추기경의 일생을 압축해 다뤘다.
뮤지컬은 해설자가 나와 "혜화동 할아버지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김 추기경이 생전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들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본격적인 뮤지컬은 영상작품에 이어서다. 잔잔하지만 김 추기경이 생전 민주화를 위해 몸바친 극적인 장면이 음악에 실려 전달된다. 유년시절 신부가 된 이유, 일본 유학을 간 모습, 독일 유학 시절 모습 등도 소개된다.
민주화를 앞당기게 된 6·10 항쟁 당시 명동성당 안으로 시위대를 피신시키면서 "나를 밟고 가라"고 한 모습은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다. 마지막으로 영상과 함께 배우들과 관객들이 다 함께 새로 편곡한 <등대지기>를 부르면서 막이 내리게 된다.
뮤지컬의 제작은 EG뮤지컬 컴퍼니가 맡았다. 김 추기경 역은 뮤지컬 <기적소리>, <왕의 나라>, <레미제라블 두남자이야기>, <황태자 루돌프> 등에 출연한 배우 정태준이 소화한다. 나머지 5명의 출연진들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공연을 관람하려면 사전 예약 접수해야 한다. 전석 무료.
한편 사진전은 1970년대부터 선종하기 전까지 정치·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종교를 초월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던 점에 초점을 둔 사진들이 전시된다. 노동자들과 함께 하거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모습, 또 누비옷을 입고 가난한 사람들와 함께 한 모습 등 김 추기경의 삶을 압축해 보여준다.
특히 안구를 기증하면서 삶을 마감한 추기경이 남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메세지는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번 행사를 총괄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한 “PK Art & Media” 박소영 대표는 "김 추기경의 삶과 메세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19.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