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구 명예회장은 은퇴 후 자신이 설립한 충남 천안 연암대학 인근 자택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직접 버섯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 교육, 전통식품 개발 등에 힘써왔다.
구 명예회장은 1995년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준 뒤 LG연암학원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교육 사업과 인재 육성에 주력해왔다. 앞서 구 명예회장은 1974년 국내 유일의 농업계 사립전문대학인 천안 연암대학을 설립하면서 교육사업을 본격화했다. 낙후된 농촌을 발전시키려면 농업 근대화의 기수가 될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고(故) 구자경 LG명예회장(왼쪽)이 지난 1999년 8월 아들인 구본무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구고 있는 모습.
/ LG 제공
1984년에는 우수한 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연암공업대학을 세웠다. LG연암학원이 40여년간 두 대학에 투자한 금액은 총 27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은퇴 후 천안 연암대 인근에 집을 마련해 머무르면서 수시로 학교를 찾아 정원수 등을 가꾸고 인근 농장에서 버섯 재배에 열중했다. 평소 바른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전통식품 연구에 나서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충남 천안의 농장에서 된장, 청국장, 버섯, 만두, 국수 등 전통 음식을 상품으로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LG복지재단을 통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지원, 교육 사업 등을 펼쳐왔다. 구 명예회장은 "청소년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체험을 통한 과학 학습이 중요하다"면서 여의도 LG트윈타워 3층에 최신 과학 전시물을 갖춘 <LG사이언스홀>을 마련했다.
평소에도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구 명예회장은 2013년 7월 열린 연암해외연구교수 증서수여식에서도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의존할 것은 오직 사람의 경쟁력뿐 우리나라가 지식강국이 되고 기술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와 교육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창업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1970년 45세의 나이에 LG그룹 회장에 올라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고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6남매를 뒀다. 고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20일 별세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19.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