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세원 교수
“유달리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퇴원하실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가 어느새 가득 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좀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2018년 12월 31일, 새해를 맞지 못하고 자신의 진료실에서 안타까움 죽음을 맞이한 故 임세원 교수. 그는 숨지기 보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글을 남겼다. 이 글을 통해 임세원 교수가 평소 환자들을 대했던 따듯한 진심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같이 근무한 동료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임세원 교수는 1996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임 교수는 자신이 우울증을 겪고 극복했던 계기를 통해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힘을 쏟는다. 그가 우울증과 자살예방에 뛰어든 계기가 있다.
그가 전공의 시절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한 환자가 퇴원한 지 며칠 만에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통해 임 교수는 “이렇게 아둔한 의사가 무슨 쓸모가 있나”라는 자책을 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의 자살 징후를 알아차릴 수 있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자살 예방 자원봉사자의 정식 교재로 쓰이고 있다.
마지막까지 의사로서의 품격을 지키며 큰 울림을 주었던 故 임세원 교수. 그의 모습은 그를 보내는 가족들에서도 엿 볼 수 있었다. 임 교수의 유족은 지난 2019년 12일 추모식에서 "장례식장에서 만난 환자분들이, 남편 덕분에 잘 치유가 돼 지내고 있다며 제 손을 잡고 우셨던 많은 환자분들을 보면서, 남편이 따뜻하고 여린 마음으로 항상 환자들의 아픔에 같이 아파했던 일들이 더욱 생각났다"며 "남편의 아픈 죽음이 꼭 <임세원법>으로 결실을 맺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그의 마음을 대신 전하며,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오빠인 임 교수를 살해한 사람에 대해 낙인을 찍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故 임세원 교수는 자신의 환자들을 정말 사랑하고, 그들의 치료를 진심으로 바랬다. 온 세상이 그들을 멸시하고 차별할 때 그 들을 치료하기 위해 삶을 바쳤다.
* 출처 : 피플투데이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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