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전 부총리가 지난 2014년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조 전 부총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받던 중 별세했다. 고인은 1928년 강원 강릉군 구정면 학산리에서 태어나 강릉중앙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평양에서 판사로 재직하던 작은아버지에게 맡겨져 평양중학교를 다녔다. 그뒤 경기중학교에 편입해 서울대 상대에 진학했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후진국의 외자 조달 방안’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전 육사 영어교관으로 일하며 전두환·노태우씨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조 전 부총리는 1968년부터 20년간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좌승희 전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등 조순학파 제자들을 가르치며 정 전 총리와는 경제학 원론을 공저했다.
고인은 노태우씨 제의를 받아들여 1988년 노태우 정부의 경제기획원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발탁됐다. 이후 한국은행 총재, 민선 1기 서울시장, 15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총재만 3번 맡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성장 제일주의와 재벌 중심 정책 지양, 계층 격차 해소 등 균형 성장이 고인의 학문적·정책적 소신이었다. 부총리 재직 당시 토지공개념을 구한말 갑오경장에 빗대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 출처 : 한겨레신문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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