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4만3000명 이름 새겨
양국 군인의 활약상 널리 알려
‘추모의 벽’건립 주도… “韓, 참전용사 희생 기억해야”
“고 윌리엄 웨버 대령 부부는 평생 한·미동맹 증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용사들의 처우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한·미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준공으로 꽃피웠습니다.”
한국전쟁 영웅인 고 웨버 대령의 부인이자 남편과 함께 추모의 벽 건립에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애널리 웨버(1943∼2022) 여사의 추도 및 안장식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수됐다. 이날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때 이른 초여름 날씨였음에도 미 전역에서 모인 조문객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안장식에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남편을 도와 평생 한국전쟁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한 웨버 여사를 기리며 “한국이 자유국가로서 부강하게 된 바탕에 한·미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43년 독일에서 태어난 웨버 여사는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 등에서 행정담당 직원으로 일하다 웨버 대령을 만나 1974년 결혼했다. 육군 공수 낙하산부대 장교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웨버 대령은 1951년 강원도 324고지 전투 당시 중국군의 수류탄·박격포 공격으로 한쪽 팔과 다리를 잃는 상황에서도 전투를 이끌어 고지를 탈환했다. 미국에서 1년여간 수술과 치료를 거쳐 현역에 복귀한 웨버 대령은 1980년 전역했다. 웨버 대령은 전역 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아 ‘잊어진 전쟁’으로 불렸던 한국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활약을 미국 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 힘썼고 그 옆에는 웨버 여사가 늘 함께 있었다.
특히 웨버 대령 부부는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내에 미군과 한국군 지원부대(카투사) 전사자 4만3000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건립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웨버 여사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 관한 계간지 ‘더 메모레이터’를 출판하는 등 참전용사들의 업적을 되살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4월 웨버 대령이 별세하자 남편의 안장식에 참석한 웨버 여사는 “그가 하늘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웨버 여사는 한미동맹재단이 제정한 ‘윌리엄 E 웨버 대령 한·미동맹상’ 시상을 위해 한국 방문을 계획했으나 병세가 악화해 참석하지 못했고 결국 웨버 대령이 숨을 거둔 지 6개월 만에 남편 곁으로 갔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이경구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은 “한·미동맹의 산파 역할을 했던 웨버 대령 부부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유족들과 함께 이들의 업적이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문화일보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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