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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허수경 시인 추모행사
관리자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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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 고향 사람들 "봄날은 간다" 부르며 추모

 

노래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지난 10월 3일 먼 이국땅 독일에서 눈을 감은 고(故) 허수경(1964~2018) 시인의 고향인 경남 진주사람들이 그를 추모하며 부른 노래였다.

 

지난 27일 저녁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열린 "허수경 시인 진주 추모 모임" 행사에서다. 권정애(진주)씨는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라며 "봄날은 간다"를 부른 것이다.

 

진주에서 태어났던 허수경 시인은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고인은 독일로 건너가 고고학을 연구했고, 모국어로 많은 시와 산문, 소설을 써 책으로 내기도 했다.

 

고향 사람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는 대학 선후배를 비롯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의 사회로 열린 행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고인을 소개한 정진남 시인은 "시인이 고등학교 다닐 때 뚱뚱해서 사람들한테 놀림을 받았는데, 이 때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울하신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일화다"고 했다.

 

양일동 시인은 고인의 시세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허수경 시인은 한국에서 28년, 독일에서 27년을 살았다. 한국에서 글을 쓴 기간이 대학 때부터 치면 다섯해 정도다"며, "시인의 시는 페미니즘 시의 시작이었고, 여성이 주체적인 시를 썼다"고 했다.

 

대학 동문 강경향(진주)씨는 "친구는 항상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가 했던 말들은 다 의미가 있었다"며, "결고운 음성으로 "경향아"라고 불렀는데 지금도 그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참석자들은 고인이 쓴 시를 낭송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마주(진주)씨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바다가>를 불렀다. 

 

고인의 후배 성순옥(터울시조문학회)씨는 "수경 선배에게 띄우는 편지"에서 "선배, 32년 전 선배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가좌동 어느 강의실에서 시인을 꿈꾼 한 국문학도가 있었다. <땡볕>이라는 시를 듣고 <스승의 구두>라는 시를 읽고, 찻집 <아란야>에서 천 개의 언어로 달군 눈빛으로 마주했던 강렬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 작은 몸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시, 진주노래, 어둡고 쓸쓸한 저자거리 같은 슬픔도 가슴에 닿으면 꿈틀대는 선배의 언어. 그 노래들을 살아있는 선배 음성으로 듣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배의 시집이 나올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사고 읽고, 계간지에 실린 선배 글을 볼 때마다 늘 반가움에 책갈피를 꽂았더랬다. 한번쯤 문학강연하러 오지 않을까? 기다렸다"고 했다.

성씨는 "먼 서역 만리 독일 뮌스터에서 낯설은 공부를 하러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으로 독하다, 글쟁이가 모국어를 어찌 삭이고 살까? 외롭고 두렵고 배 고프고 육신이 고달파 어찌 할꼬? 여겼는데 모질게도 참 잘 버티어섰더군요"라며 "폐병쟁이 사내를 살려내고픈 그 마음으로 낯선 도시를 살아낸 선배"라고 했다.

 

또 그는 "30여년 시인으로, 여행자로, 학생으로, 고고학자로 살아온 사람. 우리 언어로, 심장으로 사람들이 버리고 사랑한 도시를 노래한 사람으로 기억하고픈 선배. 한번쯤 진주꽃밥을 먹으러 왔으면 싶었던 선배"라며 "분노도 서툴고 깨뜨림도 서툰 우리를 다그치어 한 껍질 부서지게 해주었으면 했던 선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선배를 마주하는 시간이 추모가 아니라 영원한 기억이기를. 어떤 땅은 하늘로 올라가고 어떤 땅은 땅으로 떨어진다죠? 늘 낯선 것들과 덜거덕거리며 그러다 환희로 평정되는 청동의 시간대. 잘 가요, 선배. 이제 선배 시간과 도시로. 그곳이 어디든"이라며 인사했다.

 

허수경 시인은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냈고,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와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와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와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과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형제 동화집>을 냈다.

 

 

* 출처 : 오마이뉴스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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