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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추모의 집 가보니… 봉안당인지, 창고인지
관리자
2019-10-23

10년간 유골 보관… 좁은 선반에 다닥다닥 "씁쓸" 

오늘 "빈곤 퇴치의 날" 합동추모제 1년에 고작 1번 

무연고 사망자 매년 증가세… 국가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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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빈곤 퇴치의 날"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파주시 광탄면 서울시립승화원 용미리1묘지 내 <무연고 추모의 집>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이 무연고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곳에는 고독사 및 가난으로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3천311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들이 쓸쓸히 보관돼 있다.

 

 

평생을 빈곤에 시달렸는데 죽어서도 외진 곳에 동떨어진 채 고독에 휩싸인 무연고(無緣故) 유골을 볼 때마다 슬픔이 사무칩니다” 

 

16일 오전 찾은 파주시 광탄면 혜음로의 서울시립승화원 용미리1묘지 100구역으로 진입하는 통행로. 이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오른편에 지상 1층 규모의 작은 회색빛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친인척 없이 고독사하거나 유가족이 있음에도 경제적 부담 탓에 장례를 거부한 시신들의 유골이 안치된 <무연고 추모의 집>이다.

 

30여㎡ 면적의 이 건물에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을 마감한 3천311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이 보관돼 있다. 무연고 추모의 집은 용미리1묘지 관리사무소와 거리가 1㎞ 이상 떨어져 있는 탓에 유골 도난 우려가 커 평소에는 단단한 자물쇠로 폐쇄돼 있지만, 이날은 누구나 내부로 들어가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볼 수 있도록 개방된 모습이었다. 이날 시설이 개방된 이유는 "세계 빈곤 퇴치의 날(10월17일)"을 하루 앞두고 시민사회단체가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설 내부로 들어가 안치된 유골들을 보는 순간 이곳이 봉안당인지 서류와 물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좁은 면적 탓에 유골들이 안치된 선반들은 다닥다닥 밀착돼 있었고, 성인 남성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공간만 확보돼 있었다. 선반 위에 올려진 유골에는 무연고 사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거주했던 지역 등이 표기, 마치 유골이 "어딘가에 존재할 연고자가 어서 나를 데려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무연고 추모의 집 앞 공터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합동 추모제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빈곤사회연대, 나눔과나눔 등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일부 참여자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헌화와 기도법회 도중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잠시 추모제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용미리1묘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 유골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간 추모의 집에 봉안하는데, 기간 내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해진 지역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散骨) 작업을 통해 처분한다”며 “1년에 300~400명의 무연고 사망자 유골이 들어오는데 이 중 연고자가 유골을 찾아가는 것은 2~3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무연고 사망자는 경제불황 장기화와 핵가족 증가 등의 이유로 2015년 1천676명에서 지난해 2천386명으로 3년 새 42.3% 증가했다. 경기도 역시 무연고 사망자가 2015년 297건, 2016년 325건, 2017년 399건, 지난해 45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약 20년 전 IMF 경제위기 이후 가족 해체, 경제적 빈곤 등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고립 속에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빈곤과 고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만큼, 국가가 무연고 사망 감소를 위한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 : 경기일보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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