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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례식의 슬픈 시나리오
관리자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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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신한금융그룹 CDO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대면접촉을 자제하는 “언택트” 생활방식은 우리가 상호작용해온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생각한 초기의 생각들이 이제는 우리 대부분에게 거의 영구적인 생활습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식당은 적극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배달서비스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식이 됐으며 퇴근 후 충동적으로 걸어들어오는 저녁식사 손님들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거의 10년 새 처음으로 지방, 특히 강원도 지역의 펜션과 작은 호텔 그리고 리조트는 100%에 가까운 판매율을 즐기고 있다. 마찬가지로 거의 10년의 기간에 처음으로 골프회원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골프장 예약의 어려움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예약전화가 인터넷 마우스클릭으로 바뀌긴 했지만 비서들은 그들의 상사들을 위한 주말 골프예약을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한 상황이다. 많은 사업이 우울한 전망에 직면했지만 그 와중에도 온라인판매자와 홈쇼핑사업자는 역대급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출 및 유통의 급격한 증가나 감소와 별도로 하나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익숙해지기는 어렵지만 슬프게도 곧 일상이 될 그런 것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는 장례식과 결혼식 모두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2가지 행사는 대부분 사람과 가족에게 모두, 인생에 한 번 오는 중요한 이벤트며 흥미롭게도 한국은 이 두 행사를 둘러싼 독특한 문화적 체계를 보유했다. 외국인 관점에서 보면 이 두 행사는 매우 구조적이고 효율적이다. 솔직히 기념하거나 고인을 추모하기보다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닐까 의심이 들 수도 있을 정도다. 한국이 변화하고는 있지만 내 외국인 친구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에 따르면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의 90%는 신랑신부나 고인을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닐 거라고 한다.

 

최근 참석한 결혼식을 언급해 보자면 식에 참석한 사람보다 축의금만 전달한 사람이 많았고 그중 일부는 만찬에 굳이 참석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TV를 통해 송출된 결혼식은 약 20분 만에 끝났고 화면에서 웃는 사람은 신랑신부와 그 직계가족뿐이었다. 한국의 결혼식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가장 짧은 소요시간으로 유명한데 더 짧아졌고 무미건조하다. 내 예상으로는 곧 하객들이 축의금을 온라인으로 송금하고 근처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사용 가능한 식권을 보상으로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똑같이 기이했던 것이 장례식이다. 병원 측이 문상객에게 30분 이상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는 제공되지 않고 각 테이블은 보호유리로 개인별로 구획했다. 대화도 없었고, 음주도 없었고, 슬픔에 대한 어떤 공유도 없었다. 엄숙한 분위기였지만 매우 체계적이고 불가사의하게 고요했다.

 

결론적으로 2가지 행사는 만일 현재 바이러스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마 오래지 않아 언택트 환경을 받아들여 완전히 재구성되고 재구축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커다란 웨딩홀 대신 작은 스튜디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장례식에는 식사장소나 조화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다큐영상과 온라인 송금 정보, 그리고 동영상카메라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상상을 좀 더 펼쳐본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 2가지 행사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웨딩홀과 장례식장은 과거의 유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슬픈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 출처 : 머니투데이 2020.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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