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로 화장장과 봉안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산이나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합법화 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24일 장사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입법 예고를 마친 상태다. 그런데 장사업계에서는 “이대로면 불법 산분이 난무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내년부터 ‘지정 구역’에 산분장 가능
산분장은 화장한 유해를 산, 바다 등에 뿌리고 표지를 두지 않는 장사(葬事) 방법이다. 친환경적이라는 인식 덕분에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선호 장사 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 23%가 ‘산분’을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이뤄지는 장사 방법 중 산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8.2%로 선호도와는 차이가 크다. 이는 산분장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산분장은 자연장의 형태로 화장한 유골을 수목이나 화초, 잔디 등의 주변에 묻는 것만 가능하다. 화장 시설마다 화장 유골을 뿌리는 이른바 ‘유택동산’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는 큰 용기에 여러 명의 유골을 부었다가 나중에 한 번에 매립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바다에 화장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은 인천과 부산의 일부 선박업체가 지자체 허가 없이 알음알음 진행해왔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복건복지부는 내년 1월 24일부터 산분장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산분장이 가능한 장소를 정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 내 특정 장소나 ▲해안선으로부터 5km 떨어진 해역(수산자원보호구역 등 제외)에 화장한 유골을 뿌릴 수 있다. 대부분 상수도 보호 구역인 하천·강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자 민간 장사시설 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화장 유골의 환경적인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정책 제안서까지 내면서 “화장 유골은 자연에서 썩지 않으며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부양영화에 따른 녹조 현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개정안대로 진행하면 지자체 관리 체계가 없어 불법 산분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인다.
◇‘환경 유해성’ 없나 따져봐야
장사업계에서 우려하는 문제점은 두 가지로, 먼저 ‘환경 유해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책 제안서를 작성한 메모리얼소싸이어티 유성원 대표는 “2022년도에 대만에서 화장한 유골이 식물의 생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또 바다에 유입되면 ‘부영양화’를 일으켜 수질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영양화란 식물 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염류인 질소와 인의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만 복지부는 지나친 기우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 용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해역에 매년 1000건의 해양 산분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평균 3.6kg의 인이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해역에서 600~3000t의 인이 자연적으로 제거되므로, 유골에서 용출되는 인으로 인한 부영양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참고한 자료는 지난 2012년도에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해양산분 제도 도입을 위한 타당성 평가 보고서’다. 당시 연구팀은 인천에서 해양 산분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몇몇 부표 아래 퇴적물 시료를 수집해 분석한 바 있다. 부영양화 가능성뿐 아니라 유해화학물질 평가를 진행했는데 하나의 부표에서 니켈만 중금속 기준 농도를 소량 초과했을 뿐, 나머지 항목에서는 기준 농도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장 유골로 인한 환경 피해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복지부는 혹시라도 생길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양에서 수자원보호구역과 환경관리해역 등에서는 산분을 금지한다. 아울러 식물의 생장 등 토양에 끼치는 피해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불법 산분’ 횡행 막을 수 있을까 ?
장사업계는 불법 산분을 방지하는 대책이 없다는 점도 꼬집는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 시스템과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제한 구역에 산분을 해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해양장의 경우, 사전에 해경에 신고해야 하는 고성과 같은 지역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해양장이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산분 가능 구역과 관련된 조항만 담겼다. 유성원 대표는 “산분 후 물적인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제한 장소에 산분을 했더라도 적발하기 어렵다”며 “사전 신고제가 없다면 과거 개인 묘지가 사후 신고제로 전환된 후 전국적으로 불법 묘지가 급증한 사례가 재현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1월 개정된 법은 화장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장소를 정하고 1년 후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라며 “아직 시행되지 않은 법을 개정해서 불법 산분을 막을 방법까지 마련하는 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에 제도가 시행된 후 미진한 부분이 발생한다면 벌칙 규정을 신설하는 등 꾸준히 보완해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해양장 업체가 제한 구역에 산분하는 건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장례 절차가 지속 가능하려면 산분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한 해에 사망자가 3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화장 비율도 점차 높아져 현재 봉안 시설을 추가로 건립해야 한다”며 “앞으로 출산율은 점점 떨어져 100~200년 후에는 봉안당을 이용하고 관리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분장 합법화를, 국민 입장에서 선택 가능한 장사 방법을 하나 늘린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했다.
* 출처 : 헬스조선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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